1. 중장년 일자리 현실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2023년 기준 83.5세(남 80.6세, 여 86.4세)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최상위권에 속한다고 합니다. 의료기술을 비롯한 의학의 발달과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균형 잡힌 식습관 및 꾸준한 운동이 그 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은퇴 연령은 몇 세일까요? 여기서 말하는 은퇴는 생애 첫 직장 기준 은퇴를 말합니다. 요즘은 인생 1회 차, 2회 차로 구분하는 말도 있던데 인생 1회 차 은퇴연령을 말합니다. 보고서마다 차이는 있으나 대략적으로 만 49 ~ 55세쯤이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법적으로 정년은 60세 이상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등을 비롯한 안정된 직장의 경우에 해당되는 것이지 실제 사기업에서 60세까지 버티기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가령 공무원으로 정년퇴직을 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 평균수명 - 정년퇴직 연령 = 약 20년이 나옵니다. 사기업 평균 퇴직 연령을 대입해보면 그보다 더 긴 25~30년까지 나오네요.. 100세 인생이란 노래도 있듯이 세월이 지날수록 살 수 있는 날은 많아지는데 인생 1회 차 이후 2회 차, 3회 차, n차까지 생활을 안정적으로 영위하려면 먹고사는 경제적인 문제는 필수적으로 해결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나라는 노년을 대비할 만큼 연금이 충분치 않은게 현실입니다. 현재 국민연금 개정안도 여야 합의에 진통을 겪고 있지만 핵심은 장차 연금이 고갈되니 이걸 미루기 위해 지금보다 더 내고 덜 받자는 내용이라 크게 달라질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연금이 충분치 않다면 대안으로 인생 n회차에 할 수 있는 일자리라도 충분하다면 그나마 다행일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마저도 녹록지 않습니다. 나이를 이유로 정규직 재취업 가능성은 희박하며, 대부분의 일자리들이 단순노무직, 일용직 등비정규직에 몰려 있습니다. 이마저도 경쟁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고용 불안정성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사회에서 은퇴한 중장년층의 일자리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중장년층 실업 및 빈곤을 다루는 방송프로그램이나 유튜브 등 콘텐츠가 상당히 많아진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중장년층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에 대해 알아보고 이에 대한 필요성과 개선해야 할 점들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 중장년 경력지원제 신설
고용노동부는 주된 업무에서 퇴직한 사무직 등 중장년에게 일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중장년 경력지원제'를 신설하여 중장년의 실질적 재취업을 지원합니다. 참여요건은 50대 이상으로서, 사무직 등으로 퇴직한 경력전환을 희망하는 사람, 중장년 내일센터나 훈련기관을 통해 자격을 취득하거나 훈련을 이수한 사람입니다. 참여기업은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 10인 이상인 기업으로 제한됩니다.
주요 지원 사항으로는 참여하는 중장년에게 1~3개월간 직무교육과 직무수행 기회를 제공하며, 월 최대 150만원의 참여수당을 지원합니다. 아울러, 단순노무직 등의 일자리가 아닌 전기기사, 공조 기능사, 사회복지사와 같이 자격 또는 기술이 필요한 분야로서 현장의 경력 쌓기가 필요한 양질의 일경험 프로그램(직무교육, 멘토링 등)을 운영하는 참여기업에 1인당 월 40만원의 프로그램 운영수당을 지원하여 실질적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현재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2025년 중장년 경력지원제 민간위탁사업자 모집 공고문'에 따르면 전국을 각 권역(6개 권역)으로 구분하여 위탁계약을 체결하는 고용센터가 속한 권역을 위탁기관의 사업지역으로 하며, 위탁기관은 해당 사업지역 내에서 참여기업을 발굴하는 형태로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 (제1권역, 260명) 서울특별시,
- (제2권역, 150명) 인천광역시, 경기도, 강원도
- (제3권역, 100명) 대전광역시, 충청남북도, 세종시
- (제4권역, 150명) 대구광역시, 경상북도
- (제5권역, 150명) 부산광역시, 울상광역시, 경상남도
- (제6권역, 100명) 광주광역시, 전라남북도, 제주도
현재 사업을 운영할 위탁기관 신청 접수는 종료된 상황이며, 고용노동부는 신청한 기관들에 대한 심사를 통해 운영기관을 선정하고, 위탁운영 약정을 체결할 것이며, 아마도 빠르면 1분기 내에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인 사항은 고용노동부에 게재된 공고문을 참고하시기 바라며, 추후 운영기관이 선정된 이후 권역별로 정확한 모집인원, 신청방법, 지원기간이 구체화되어 확정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3. 소고
사람이 나이를 먹게되면 은퇴를 하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그러나 인생에서 무엇을 주된 일로 했느냐에 따라 은퇴 후의 삶은 많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확실한 자신만의 기술이나 전문지식, 직업적 노하우가 있는 사람들은 은퇴를 하더라도 그 특기를 살려 평생 직업화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직이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제일 애매하고 미래가 막막한 부류가 바로 평생을 사무직에서만 종사하다가 퇴직한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사기업 또는 공무원이나 공공기관과 같은 정규 사무직 출신의 경우 현직에 있을 때는 비교적 안정적 환경에서 남부럽지 않은 월급을 받으며 소위 더울 때 시원하고 추울 때 따뜻한 자리에서 근무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은퇴한 이후에는 이들의 전문성이나 경험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없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기업에서는 굳이 높은 임금을 주면서 특출 난 전문성도 별로 없는 데다 나이까지 많 사람을 쓸 이유가 없는 것이겠지요. 요즘은 유교 문화가 많이 소멸되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나이 어린 상사와 나이 많은 부하직원의 관계는 껄끄러운 것이 현실입니다.
저출산 고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15세 이상 64세까지 생산가능인구가 나날이 감소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참으로 걱정됩니다. 중장년 경력지원제라는 한정된 주제로만 이 글을 썼지만 사실 이보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정치권의 정쟁에 매몰되어 있어 진전이 없지만 매우 중요한 국민연금 개혁문제를 비롯하여 노인연령 상향 등 재설정, 정년연장 (또는 폐지)에 대한 세대 간 합의도출과 실제 정년연장 시 도입하게 될 임금체계 개편(임금피크제, 정년 후 재고용 등)은 개별적 사안이 아니라 다 같이 묶여서 돌아가는 거대 담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본 등 우리보다 선진국들 또한 이런 고민이 있었지만 과감히 정년을 연장하거나 폐지하는 대책을 마련하여 추진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주제들이 청년층에게는 꽤 달갑지 않은 문제일 것입니다. 정년연장, 중장년 재취업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청년고용이 저하된다는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소위 부모가 자식 일자리를 뺐는다는 윤리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청년세대와 중장년층이 서로 합의할 수 있는 해결책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정치권의 세대별 갈라치기 같은 알량한 표계산 따위로 우리나라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문제를 미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권이 중재하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최대한 빨리 세대 간 합의를 도출하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중장년층 일자리 감소로 빈곤층이 많아질수록 젊은 세대들이 이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며, 청년들도 평생 청년으로만 사는 것은 아니니 이들에게 솔직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합니다. 또한, 중장년 세대들도 모든 것을 누리려 하지 말고 과감한 임금피크제 도입, 단축근로, 임금삭감 등 양보할 것은 양보하여야 상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가 다른데로 새긴 했지만 아무튼, 중장년 경력지원제가 안정적으로 현장에 착근하여 중장년층의 경제적 자립도 향상과 사회 참여를 도울 수 있는 좋은 제도로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